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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fact부터 명확히 해두자. 진보신당은 과거 야당 5+4 연합에는 참여했으나 그 과정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기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관계로 이 부분은 좀 흐리마리하게 넘어가도록 하자.) 이유야 어찌되었든 반MB연합이라는 계급연합정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독단적으로 후보를 사퇴, '유시민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을 남기고 5월 30? 31일에 사퇴했다. 그리고 <프레시안> 6월 8일자에 심상정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실렸다.

프레시안 : 사퇴라는 직접 행동을 통해 당에 더 강도 높은 요구를 한 셈이 됐다.

심상정 : 16개 광역시도에 전부 후보자를 낸다는 것은 아주 적극적 공세다. 그런데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노회찬, 심상정이 다 (후보로) 나간다는 것은 지금의 정치구조나 진보신당의 위치를 감안하면 두 사람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길은 절대 아니었다. 살리기 위한 게 아니라면 죽이기 위해 내보낸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 희생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준비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심 후보 출당론까지 나온다. 외부에서 보기에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 내부의 논의는 상당히 폐쇄성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상정 : 당에 필요한 것은 '사즉생(死則生)'의 실천과 용기라고 생각한다. 제 사퇴가 징계문제로만 협소화되거나, 적당한 평가로 봉합되는 것은 최악일 것이다. 그 협소함과 당의 주관적 합리화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제가 충격적인 사퇴를 하게 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속살을 드러내는 용기가 지금 당에는 필요하다.

프레시안 : 당에서 출당을 포함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심상정 : 당의 절차에는 책임 있게 응할 생각이다. 그러나 완주가 당을 위한 것이었다고, 나아가 완주만이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한 정당의 대표적인 대중정치인이 할 말은 아니다. 한 공당(公黨)에서 분명하게 명토박아둔 원칙을 한 개인이 멋대로 깨고 나온 것 아닌가.

 진보신당의 거의 기관지 급인 <레디앙>에서는 재미있는 논설들을 싣고 있는데, 일단 지금 첫번째로 소개할 김정진 변호사의 글이 대표적인 견해이다.

 "....즉 심상정 당원의 현 직책과 무관하게 심상정 당원은 진보신당의 지도자이다. 지도자이기 때문에 결단을 했다고 했지만 정당의 지도자가 선거 와중에 타당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한 사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많은 당원들은 반문한다. 일부 열혈 당원들이 국회에서의 기자회견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을 때, 굳이 그들이 잠시 휴식할 때 몰래 국회에 들어가 기자회견을 했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당원들이 저지까지 하려고 했다면 사퇴의사 표명은 보도자료로 충분했을텐데 심상정 당원은 굳이 당원들을 따돌려가며 국회기자실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중략)........

그러니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것일 수 있으니 마음 편히 생각하시고 이제 그만 '좌파 꼴통'들은 놓아 주시라. 심상정 당원이 진보신당에 남아 있으면 이제 한 줌 밖에 안되는 좌파 꼴통들은 모두 흩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이 한 줌 정도는 있어야 될텐데 심상정 당원은 그것마저 없애려고 하는가."



 이것, 꽤 센 주장이다. 즉, 스스로 나가라는 것 아닌가? 진보신당의 지도자 격인 인물이 제멋대로 당의 방향을 깨고 나갔으니 나가라는 말 아닌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어쨌든 진보신당이 노회찬과 심상정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쌍두마차로 시작했다는 것을 김정진 변호사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장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자.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그(김정진 변호사 - 필자 주)와 생각을 달리한다. 진보신당은 심상정 전 대표를 놓아주어서는 안 된다. (중략)
 심상정 전 대표는 노회찬 대표, 조승수 의원과 함께(권영길 민노당 의원을 경과하며) 조봉암 이후 한국의 진보정치가 반독재 민주화 운동 과정을 포함해 30여 년의 세월 속에 키워낸 ‘유일한’ 대중적 정치인이다. 
 ....(중략)....
 원내진출 이후 민노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민생정치를 명분으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함께 신용불량자 문제와 집값 폭등 등을 의제로 삼아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을 압박했을 때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라크 파병 문제 등을 갖고 역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공세를 펼칠 때였다. 
 이는 한나라당과 공조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민생파탄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을 야당으로서 다른 야당과 함께 힘을 모아 견제할 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이 시기 민노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을 수 있었던 것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민노당 지지자로 인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진보-개혁적 성향의 유권자들마저도 진보정당에게 바랬던 것은 함께 반독재 민주세력이었다는 역사적 기원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념 정책적 거리에 놓여 있다고 간주되는 노무현 정부와 집권 여당 열린우리당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야당다운 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힘을 발휘해달라는 것이었다. 
.....(중략)......
 난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심상정의 결단을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맥락의 정치현실을 상당히 정확하게 읽어낸 안목과 그것에 바탕한 문제 제기의 과감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사실, 김윤철 씨의 말은 하나마나한 말이다. 민노당의 지지율이 그 때 가장 높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대중은 버터와 마가린이 있으면 마가린이 아닌 버터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버터를 싫어하게 되면 마가린도 싫어하게 되기 마련이다. 결국 대중은 민주당에 배신당하자, 별로 다르지 않아보이는 민주노동당도 싸잡아서 미워하게 되었다. 진보정당은 차이를 보여야 한다. 

 여기서 김윤철 씨와 김정진 씨 사이의 차이가 생기는 듯하다. 김정진 씨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좌파 꼴통들은 어쨌든 필요하다는 것, 진보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중요한 차이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진보신당이라는 당이 정한 행보를 일개 개인이 쳐부수고 나오는 것이 무슨 민주주의냐 라고 주장하는 김정진 씨와, 큰 일을 위한 용단을 했다는 김윤철 씨 사이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필요할 때 당을 깨고 나오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레닌은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내에서 플레하노프에게 1인2표제를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의 성격을 놓고 마르토프와 논쟁하는 과정에서 당을 깨고 나왔다.

 하지만 심상정은 그런 문제로 나온 것이 아니다. 단지 진보신당이 계급연합으로 가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보나 장기적으로보나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진정성(!)을 가지고 판을 깬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국 심상정 및 심상정 지지자들이 그렇게 우파 민족주의자라고 욕하던 한대련-민주노동당 NL들과 하등 차이가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계급연합주의의 '진정성'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자신이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 당을 깨고 나와서 만든 새로운 당에서 다시 규율을 어기다니! 실로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2007년 말~2008년 초), 진보신당 지방선거 파토(2010년 6월) - 로 이어지는 판 깨기의 달인이라고 할 만하다.

 그걸 또 옹호하는 사람들은 답이 없다. 민주노동당 주사파 새끼들(!)이 한 짓은 불륜이요, 심상정이 한 짓은 로맨스인가. 그야말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구닥다리 조선일보식 개그나 다름이 없다.

 마지막으로 대구의 한 진보신당 당원이 심상정에 항의하면서 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PS : 아, 물론. 심상정보다는 민주노총 경기도지부가 진짜 나쁜 놈들이다. 니들이 단일화 압박한 거 다 알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단일화해준 심상정이 잘한 건 아니지만.
 
 심상정 당원은 우리 조직의 결의와는 정반대인 신자유주의자를 지지하며 사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이름이 좀 알려진 명망가는 자신이 잘난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의 노력을 부정하지 않지만 조직의 결정과 합의를 존중하는 구성원은 그런 자세를 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최선의 길입니다. 사퇴 이유를 말하지도 않고 ‘진보신당은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흘리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가 아닙니다. 

 당원들은 후보가 독단적으로 사퇴한 이유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과도 하지 않고 훈수만 두는 것은 심한 결례 아닌가요? 속이 썩어 들어가면 곪아 들어가는 상처를 과감히 도려내기만 하면 다 해결되련만 얄팍한 자들의 꼼수를 보는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지역위원회와도 상의하지 않고 후보 혼자서 ‘유시민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아직도 동지라고 부르기에 이것만은 반드시 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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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세만